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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화장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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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때..."

 

종종 을지서적을 들러(지금은 반디앤루니스) 눈으로 책들을 감상했었다.

그러던 중 유독 눈에 들어온 제목과 책의 표지가 있었다.

[강산무진]이었다.

책을 들어 스르륵 넘겨보는데 중간 중간 들어오는 단어들이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주저하지 않고 책을 샀다.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강산무진]은 8편의 단편소설로

짜여져 있는데 '화장'은 그 중 하나의 단편이다.

 

<화장>은

"운명하셨습니다." 뇌종양을 앓던 아내가 죽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심한 전립선염을 앓고 있는 오상무는 아내의 빈소를 지키면서도 여름 광고 전략

결정에 대해 고민중이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추은주'의 이름을 생각한다.

 

각자 놓인 처지에서 삶과 죽음은 치열하다.

오상무에게 고통속에서의 '추은주'는 유일한 삶의 통로이다.

그녀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안도할 수 있는 안식처를 찾은 것이다.

 

삶과 죽음은 엉켜있다.

우리는 이꼴 저꼴 다 보면서, 다 보이면서 살아가지만 묵묵히 녹여낸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것이 아니었다. 나도 모를 무언가 남는다.

켜켜히 쌓여간다. 먼지처럼....

 

 

책속으로

 

어쩌다가 저녁 식탁에 세 식구가 마주 앉아 있을 때면,나는 아내와 딸의 닮은 모습에 난감해했다. 그때, 살아서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는 일은 무겁고 또 질겨서 헤어날 수 없을 듯했다. 그러나 죽은 아내의 영정과 죽지 않은 딸의 얼굴이 닮아 있다는 사태는 더욱 헤어나기 어려울 듯싶었다. 오래고 또 가망 없는 병 수발의 피로감에 불과한,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아침에 아내의 임종을 관리하던 당직 수련의가 "운명하셨습니다"라고 말하던 순간, 터질 듯한 방광의 무게에 짓눌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었던 그 무거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당신의 아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아내의 빈소를 혼자서 지키던 새벽에 당신의 이름을 생각하는 일은 참혹했습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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