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묻다,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일상에 던지는 질문에 기발한 해석을 하다.
알 수 없는 것이 또 있습니다. 김유정은 소설에서 ‘노란’ 동백꽃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동백꽃은 붉은색입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동백꽃이 맞을까요? 붉은 동백꽃에 아무리 코를 바짝 대고 맡아봐야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는 도무지 나지 않습니다. 그런 희한한 냄새를 풍기는 꽃의 이름은 ‘생강나무꽃’입니다. 잎이나 꽃을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생강나무. 그래서 김유정이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했을까요. 김춘수 시인이 동백꽃보다 산다화라는 소리와 글자가 더 좋다고 여긴 것처럼, 김유정도 생강나무꽃보다 동백꽃이라는 소리와 글자가 더 마음에 들었던 걸까요? 김유정의 고향은 강원도 춘천, 소설의 배경도 그의 고향입니다. 그곳에서는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릅니다.
--- p.23~24
국화는 왜 다른 꽃들과 앞다투어 봄여름에 피지 않고 마치 뒤늦게 철드는 것처럼 가을에 필까요? 대부분의 꽃들은 낮의 길이에 반응해서 핍니다.
햇볕을 많이 쬘수록 빨리 피지요. 그런데 국화는 밤의 길이에 반응해서 핍니다. 꽃이라고 하면 모두 햇볕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은 꽃도 있었습니다. (중략) 결실의 계절에 저 혼자 열매가 없는 것 같아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지만 멀리 도망가지 않고 제 자리에서 충실히 꽃대를 피워 올린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다른 꽃들이 서리를 맞아 떨어질 때 꽃을 피웠고 바람에 흔들릴망정 쓰러지지 않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 p.70~72
미국의 음식문화연구자 존 바리아노가 같은 그림에 다른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 속 메뉴가 무엇이었느냐 하는 것이었지요. 그가 2008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메인 요리는 장어 요리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예수 왼쪽 작은 접시에 남아 있는 음식이 ‘오렌지 슬라이스를 얹은 구운 장어’라고 했는데요. 설령 그의 주장이 맞더라도 예수와 열두 제자가 최후의 만찬에서 장어를 먹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성경에는 ‘떡과 포도주’라고 메뉴가 분명히 나오니까요. (중략) 물고기에 오렌지를 곁들인 음식은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시대의 사람들이 즐겨 먹은 요리라고 합니다. 예수와 열두 제자가 실제로 먹은 음식이 아니라, 다 빈치가 평소에 즐겨 먹었던 음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중략)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 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새롭게 해석한 셈입니다. 그리고 그 발상은 ‘만약에 내가 최후의 만찬을 먹는다면 무엇을 먹을까?’로부터 나왔겠지요. --- p.112~113
문득 궁금했습니다. ‘도리도리 까꿍’은 무슨 뜻일까, 뜻이 있기는 할까, 하고 말입니다. 우리 선조에게는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 육아법이 있었는데 [단동십훈(壇童十訓)]이 그것입니다. [단동치기십계훈]의 줄임말로 ‘단군왕검의 혈통을 이어받은 배달의 아이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가르침’이란 뜻입니다. 0세에서 3세까지의 아기를 어르는 방법이 들어있지요. 단동십훈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담긴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의성어이거나 의태어인 줄 알았던 ‘도리도리’, ‘곤지곤지’, ‘죔죔’, ‘짝짜꿍’이 모두 여기에 나옵니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기를 어르는 ‘도리도리(道理道理)’는 길 도(道)에 다스릴 리(理)를 쓰고, 까꿍은 ‘각궁(覺躬)’에서 나왔는데 깨달을 각(覺)에 몸 궁(躬)입니다. ‘천지만물이 하늘의 도리로 생겼으니 너도 하늘의 도리에 따라 생겼음을 깨달으라’는 뜻이지요. --- p.23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