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단풍이 말이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물들어가는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하고 똑같단다. 낮밤으로 사람이 걸어 도착하는 속도와 단풍이 남쪽으로 물들어 내려가는 속도가 일치한단다. 어떻고 어떤 계산법으로 헤아리는 수도 있다는데 도대체 이런 말은 누가 낳아가지고 이 가을, 집 바깥으로 나올 때마다 문득문득 나뭇가지들을 올려보게 한단 말인가. 말과 말 사이에 호흡이 배어 있는 것 같은 이 말은, 이 근거는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이 말들은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중에서

 

그저 적당히 조금 비어 있는 상태로는 안 된다. 지금의 안정으로부터 더 멀어져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뻗어나가는 것도 있다. 나는 지금 여행중이고 안경을 가져오지 않아 먼 것을 보는 일이 어렵지만 두고 온 것을 아까워하지 않기로 한다. 먼 것을 흐릿하게 보는 것으로 다행이며 가까운 것을 꼭 붙잡고 있을 수 있으니 다행인 것으로 치면 그만이다. ---「지금으로부터 우리는 더 멀어져야」중에서

 

가능하면 사람 안에서, 사람 틈에서 살려고 합니다. 사람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서지요. 선뜻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지요. 사랑은 사람보다 훨씬 불완전하니까요. 아, 불완전한 것으로도 모자라 안전하지 않기까지 하네요, 사랑은.사람만 보고 살려고 하는데 그것도 어렵지요. 사람 냄새 참 좋은데, 사람 냄새 때문에 사람답게 살고 있는데 결국은 사람 냄새 때문에 골병이 들지요. 결국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으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삶, 그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가요. 우리는 사람이 그리워 사람 없는 그곳을 탈출하고 맙니다. ---「매일 기적을 가르쳐주는 사람에게」중에서

 

알고 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해. 모든 관계로부터, 모든 끈으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순간, 마치 아주 미량의 전류가 몸에 흐르는 것처럼 사람을 흥분시키지.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풍성한 상태로 흡수를 기다리는 마른 종이가 돼. 그렇다면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먼 곳에서, 그 낯선 곳에서. 무작정 쉬러 떠나는 사람도, 지금이 불안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 먼길을 떠나는 건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겠다는 작은 의지와 연결되어 있어. 일상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저기 어느 한켠에 있을 거라고 믿거든.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하지」중에서

 

땅만 바라보고 살았던 사람에게 어느 밤의 별들은 그 사람을 다른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 세계가 아니면 다른 세계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믿게 하는 사랑. 그 사랑은 몇 번의 세계를 거치고 훈련하면서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 작은 물이 모여 바다로 간다는 그 말처럼 사랑은 고통을 치른 만큼만 사랑이 된다. ---「사람이 꽃」중에서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 사랑을 통해 인간적인 완성을 이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명백히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은 사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만들어 사람의 결을 더욱 사람답게 한다. 사랑은 인간을 퇴보시킨 적이 없다. 사랑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침묵하지 않는다」중에서

 

사계절을 가진 나라는 많을 것이고 저마다 그 계절에 속해 살 것이지만 나에겐 우리나라의 사계가 특별해도 참 많이 특별하다는 고집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엔 산이 많으며 바다는 말할 것도 없다. 산과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은 세상 어떤 변화무쌍함도 무색하게 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 선명한 계절에 맞춰 살아온 터라 우리들은 변덕스럽고, 내면에 겹이 많으며, 어느 한편으로 사람 맛이 진하다.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습니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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