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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노래
『칼의노래』는 각 장마다 서사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어
이순신의 고뇌를 드러내기보다 절제하는 표현으로
읽는이의 감정노선은 칼의 울림 만큼 진동합니다.
절제의 미로 제목조차 칼의 울음 보다는 칼의노래로
선명한 자국을 남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체가 간결하고 절도가 있어 통렬하기까지 합니다.
결코 울지않는 이순신의 굳게 다문 입술에서 그의 눈물을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영화 명량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책의 서사가 좀 더 분명히
그려질 것입니다.
작가의 말
나는 인간에 대한 모든 연민을 버리기로 했다.
연민을 버려야만 세상은 보일 듯싶었다.
연민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다. 그해 겨울에 나는 자주 아팠다.
눈이 녹은 뒤 충남 아산 현충사, 이순신 장군의 사당에 여러 번 갔었다.
거기에, 장군의 큰 칼이 걸려 있었다. 차가운 칼이었다.
혼자서 하루 종일 장군의 칼을 들여다보다가 저물어서 돌아왔다.
사랑은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고, 그 칼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영웅이 아닌 나는 쓸쓸해서 속으로 울었다. 이 가난한 글은 그 칼의 전언에 대한 나의 응답이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줄기 일자진으로 적을 맞으리.
2001, 초판 ‘책머리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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