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나이 오십이 넘어 일본으로 건너가 4년 동안 홀로 공부와 그림을 그리며 지낸 저자의 사유가 만들어낸 결정체이다. 글에 멋을 내지않고 경험한 그대로 서술해서 솔직함이 베어나와 읽기가 편한 책이다. 덜 외로워지게 만들어준다. 책 표지의 제목이 '외로움과 그리움의 사이'이다.

외로움은 뭘까? 시간의 잉여? 자아의 행방불명? 죽음의 두려움?

그리움은 뭘까? 좋은 기억의 산물? 인생을 견디기 위한 보루? 이상적인 정신의 자유?외로움과 그리움의 사이는 무엇일까? 양팔저울에 외로움과 그리움이 올려져 있다면 중간에서 수평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인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과 그리움은 인생을 살면서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들이다. 그렇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위해서는 소소하지만 기억될 수 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고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하고 혼자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외로움과 그리움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잘 견디며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이 책과 함께 외로움과 친해져 본다.

 

 

책속으로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망가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다 만나봤습니다. 대부분 정상이 아닙니다. 본인만 모릅니다.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봅시다. 그 위치까지 가려고 도대체 얼마나 미친 듯 살았겠습니까? 얼마나 이를 꽉 물고 버텼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경쟁자들을 밟고 그 자리까지 갔겠습니까? 그런데도 자신의 몸과 마음이 형편없이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주위 사람들은 다 압니다. 그가 가진 돈과 권력 때문에 아무 말 하지 않을 따름입니다. 그러다가 다들 ‘한 방’에 훅 가는 겁니다. --- p.6

사실 일본에서 고독은 아주 자연스럽다. 오십을 넘겨 그림 공부 하겠다며 건너온, 나이 든 유학생이 원룸 아파트에서 혼자 밥 해먹고 혼자 돌아다녀도, 하나도 안 불편하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어도 쑥스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고령화 속도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고독’은 아직 낯선 단어다. 고독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에서 고독은 실패한 인생의 특징일 따름이다. 그래서 아직 건강할 때, 그렇게들 죽어라고 남들 경조사에 쫓아다니는 거다. 내 경조사에 외로워 보이면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 p.22

새로운 한 해를 분노와 원망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출발하는 한 해가 잘되길 바라는 건 참으로 과한 욕심이다. 분노의 대안은 ‘고마움’과 ‘감사함’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정서는 ‘그리움’이다. 글과 그림, 그리움의 어원은 같다. 종이에 그리면 그림이 되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 된다. 고마움과 감사함은 그리움의 방법론이다. 고맙고 감사한 기억이 있어야 그리움도 생기는 거다. 분노와 원망으로 황폐화되고파편화된 한국인의 집단 기억에 결여되어 있는, 고마움의 기억을 찾아나가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 p.40

삶의 게슈탈트, 즉 맥락을 바꾸는 방법은 대충 세 가지다. 첫째, ‘사람’을 바꾸는 거다. 항상 같은 사람들을 만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장소’를 바꿔야 한다. 장소가 바뀌면 생각과 태도도 바뀐다. 내가 일본에서 몇 년 지내보니 진짜 그렇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바꾸는 것이다. 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흥미가 생기면 공부하게 된다. 새로운 사실을 깨치고 경험하게 되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관심을 바꾸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관심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고 삶의 장소도 바뀌기 때문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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