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든 <싱글맨>은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톰 포드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대학 교수인 조지<콜린퍼스>는 게이입니다.
16년간 같이 지내온 짐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전화로 받는 순간,
조지는 짐의 부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몸도 마음도 무너져 내립니다.
짐이 죽은 이후, 삶은 견디고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조지의 하루는 늘 무의미합니다.
그에게 아침은 남들이 자신의 고통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꾸미는 행동의 시간일 뿐입니다.
죽음을 결심한 그는 사람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의미심장하게 걷습니다.
미래의 죽음과 과거의 삶속에서 현재 자신의 존재를 인식해야만 하는
그의 괴로움이 등뒤에서 느껴집니다.
주저하면서도 탐색하는 조지의 눈빛에서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보입니다.
조지는 강의실에서, 사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배제하지만
오히려 소수자들을 대다수의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현실을
자신이 소수자인 입장에서 항변하듯 비난합니다.
소파에 마주 앉아 조지는 프란츠카프카의 '변신'을
짐은 트루먼 카포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같은 책을 같은 속도로 읽어가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 해 봅니다.
조지는 케니를 보면서 삶을 포기한 상태에서도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이 인간인가 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절제하는 능력도 있습니다.
절제된 행동으로 긴장감이 더 합니다.
조지는 비관적인 태도에서 오히려 현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재의 충실함 속에서 즐거움을 깨닫습니다.
<싱글맨>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기다릴 수 있는 것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마음의 무게 (상실, 두려움, 초조)로 인간의
내면과 마주하는 고독한 영화였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두 번을 보게 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