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공초, 전봉준에 대한 법정 심문 기록
《전봉준공초》(全琫準供草)는 전봉준이 체포된 후 다섯 차례 진행된 전봉준에 대한 법정 심문 기록이다.
법부아문의 재판관과 일본 영사가 배석한 가운데 1894년 2월 9일부터 3월 10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심문한 내용으로 구성
되어 있다.
정부나 일본측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궁한 것이 농민운동과 흥선대원군과의 관계였다. 그러나 전봉준은 대원군과 동학혁
명과의 관련성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등 혁명가로서의 의연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갑오동학혁명의 원인 및 경과, 농민군의 인적 구성, 전봉준과 동학의 관계, 동학의 교리 ·조직 ·교세 및 농민운동에 미친 영향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두 책 모두 원본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관돼 있다.
서광범: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전봉준: 전봉준(全琫準)이다.
서: 전명숙(全明淑)이라는 자는 누구냐?
전: 명숙은 나의 자(字)다.
서: 전녹두는 누구냐?
전: 사람들이 나를 그리 부른다.
서: 왜 난을 일으켰으냐?
전: 어찌하여 날보고 난을 일으켰다 하느냐? 작란(作亂)을 하는 것은 바로 왜놈에게 나라를 팔아먹고도 끄떡
없는 부패한 너희 고관들이 아니냐?
서: 관아를 부수고 민병을 일으켜 죄없는 양민을 죽게한 것이 난이 아니고 무엇인가?
전: 일어난 것은 난이 아니라 백성의 원성이다. 민병을 일으킨 것은 기울어져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함이요 백
성의 삶에서 폭력을 제거코자 했을 따름이다.
서: 그리하면 지방의 방백수령을 혼내주면 됐지 왜 서울에 입성코저 했는가?
전: 국체를 무시하고 궁궐을 침범한 왜놈들을 응징코저 한 것이다.
서: 그럼 서울에 살고 있는 외국인을 다 내쫓고자 했는가?
전: 아니다. 외국인은 통상만 하면 되는 것이다. 헌데 왜놈들은 군대를 주둔시켜 나라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들은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이냐? 어찌 뿌리가 썩었는데 가지를 친다함이 의미가 있을손가?
서: 너는 동학의 괴수(魁首)냐?
전: 나는 의를 펴고자 일어났을 뿐이다. 동학의 괴수라 함은 가당치 않다.
서: 동학엔 언제 입당하였느냐?
전: 삼년전이다.
서: 왜 입당하였는냐?
전: 사람의 마음을 지키고(守心) 하늘님을 공경하는 것(敬天)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서: 동학의 주의(主意)가 무엇이냐?
전: 보국안민(輔國安民)이다.
서: 그렇대면 그대는 하늘님을 공경하는 것 보다는 보국안민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학이라는 조직을 이용한 것
밖에 더 되느냐?
전: 동학은 본시 우리 해동 조선땅에서 일어난 것이며 그 도학(道學)에 종교와 정치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서: 송희옥(宋喜玉)을 아는가?
전: 면식은 있을지 모르나 나는 그 자를 알지 못한다.
서: 송희옥이 전라일도 도집강(都執綱)이요 너의 가까운 친척이라는데도 알지 못한단 말이냐?
전: 그는 본시 부랑자로 홀왕홀래했을 뿐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서: 송희옥의 기서(奇書)에 의하면 너의 재차 기포는 국태공(國太公) 대원군과의 밀약에 의한 것이라는데 그것이 사실
이냐?
전: 어찌 척양척왜가 대원군 한사람의 주장일까보냐? 그것은 만백성이 원하는 바이다. 내 창의문에 써있는 몇구절로써
그런 억측을 일삼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대원군은 우리의 의거가 해산되기만을 효유했을 뿐이다.
우리의 의거는 대원군과 하등의 관련도 없다.
서: 너는 대원군을 서울 운현궁에서 만난 적이 있다는데?
전: 유언비어일 뿐이다. 나는 대원군을 만난 적이 없다.
서: 동학에 남접 북접이 있다는데 그 구별은 무엇이뇨?
전: 그것은 호남과 호서의 지역적 구별일뿐 동학이 두개인 것은 아니다. 동학은 삼십년전 경주에 살던 최제우(崔濟愚)
로부터 시작하였고 동학의 모든 접주는 최법헌(崔法軒)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최법헌이 팔도(八道)의 접주의 직책
을 총괄한다.
서: 최법헌이 누구인가?
전: 해월 최시형이다. 이름은 최경상이다.
서: 그럼 너도 기포의 허락을 최법헌으로부터 받았는가?
전: 진리를 펴는데 무슨 허락이 필요한가? 충의(忠義)란 본심(本心)이다. 그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대는
그것을 허락을 받고 치우겠는가?
-<전봉준공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