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강녕전, 왕의 생활공간
왕의 생활 공간이었던 강녕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좀처럼 휴가도 없었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무를 보느라 바빴던 임금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했을까요?
향오문은 정무를 마친 임금이 사정전에서 나와 내전, 곧 강녕전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내전이 시작되는 문이 향오문입니다.
향오는 '5를 향해 들어가는 문' 입니다. 여기서 '오' 를 가리키는 것은 오복입니다.
오복이란 수, 부, 강녕, 유호덕 (덕을 베품), 고종명(편안한 죽음) 입니다.
강녕은 오복의 세 번째 덕목인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이루는 것입니다.
강녕은 오복의 중심이자 모든 복을 아우릅니다.
이렇게 뜻을 하나 하나 알고 지나가니, 평소에는 그저 많은 문 중의 하나였던 것이
뜻깊게 다가와 향오문을 지날 때 느낌이 다릅니다.
강녕전은 임금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독서와 휴식을 즐겼으며,
때때로 신하를 불러 면담을 하기도 했고, 가족이나 친척을 불러 연회를 베풀기도 했어요.
지금의 강녕전은 1995년 옛 모습대로 복원한 것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창덕궁에서 왕의 침전인 희정당에 화재가 발생하여
경복궁의 강녕전을 헐어 그 자리에 세웠습니다.
희정당을 복원할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원래의 강녕전은 현재 창덕궁에 있는 희정당입니다.
그래서인지 창덕궁의 희정당은 다른 전각들에 비해 유난히 커 보입니다.
강녕전은 내전의 으뜸 전각입니다. 지붕은 무량각으로 독특한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무량각(無梁閣)지붕은 무량갓 지붕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기와 지붕에 용마루가 없고 특수 제작한 무량각 기와로 마감한 지붕을 말합니다.
[출처] [전통 건축물의 지붕] 무량각 지붕|작성자 Cogitans Hong
5대 궁궐중 용마루가 없는 유일한 대전입니다.
임금은 용으로 상징되기 때문에 침전에 용마루를 걸면 임금이 둘이 되어
용마루를 없앤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임금의 개인 공간인 강녕전 일곽은 다섯 채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늘의 오제좌에 해당합니다.
오제좌는 중국 전설상의 삼황오제 가운데 다섯 임금을 뜻해요.
고대인들은 이들이 동서남북과 중앙을 다스린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오제는 방향과 빛깔로 오행의 개념을 담아 하늘의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들이
땅에 내려와 황룡인, 임금을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응지당, 연길당, 연생전과 경성전은 강녕전을 중심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네 채의 건물이 강녕전을 감싸는 형상입니다.
연생전과 경성전은 편의에 따라 이곳에서 경연이나 야대, 소대가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임금이 책을 읽거나 새로운 일을 구상할 때, 종친과 신화와의 오붓한 시간도 가졌어요.
흥선대원군은 침전을 중창하면서 천자6침, 제후3침 이라는 구조를 깨고
강녕전, 연생전, 경성전으로 이루어진 3전 구조에 연길당과 응지당을 더한 것입니다.
침소라는 단순 기능보다는 일상생활과 정무공간을 겸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조를 설계했던 정도전은 침전의 이름을 강녕전으로 지어올리면서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을 닦아 황극을 세우라" 는 뜻을 담은 것입니다.
황극이란 임금이 국가를 다스리기 위해 정한 대도(大道)로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정(中正)의 도를 말합니다.
다음은 왕비의 생활 공간인 교태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