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경전
자경전은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둘째 아들을 양자로 삼아 옥새를 건네준 신정대비에게
헌정한 전각입니다.
자경은 '어머니께서 복을 누린다'라는 뜻이에요.
총 44칸의 규모로 주변에 많은 담장과 문이 있었지만 대부분 없어져 지금은
볼 수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자경전은 경복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비전이에요.
뒤뜰은 교태전 후원과는 다르게 화계 대신 담장을 둘러 그곳에 십장생도를 새겼습니다.
대비의 만수무강과 왕실의 번영을 담은 것입니다.
흥선대원군은 여름에 신정대비가 시원하게 지낼 수 있도록 청연루를 자경전 동쪽에 ㄱ자 형태로
돌출시켜 지었습니다.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본채의 서쪽에는 ㄴ자 형태로 복안당을 덧대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복안당은 앞면 6칸, 옆면 2칸을 덧댄 부속시설입니다.
원래는 넉넉한 필체의 편액을 달았는데 지금은 웬일인지 편액이 보이지 않네요.
신정왕후는 자경전 보다 아담한 복안당에서 주로 거처했다고 합니다.
자경전으로 오르는 층계 옆의 네모기둥 위에 있는 석수 보이시죠?
이 석수는 다른 전각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조형물입니다.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소박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풍기지 않나요?
몇 해 전만해도 층계 옆에 나무 두 그루가 있었는데
담장 안 건물 앞에 나무가 자라면 집안이 기울어진다고 해서 없앴습니다.
자경전은 고종이 초기에 편전으로 이용하기도 했는데 몇 차례의 화재로 고종 25년에 중건한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훼철되지 않은 유일한 전각이에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십장생 굴뚝
자경전에서 자랑할만한 십장생 굴뚝입니다.
경복궁에 가면 십장생 굴뚝앞에는 초등학생에서 부터 외국인 까지 언제나
북적북적합니다. 그만큼 담장에 새겨진 문양이 아름답기 때문이겠죠.
십장생 문양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십장생 문양
해와 달
해와 달은 '영원히 밝다'라는 원형적 의미에요. 햇빛과 달빛은 끊임없이 교차하여
영원히 빛을 냄으로 불로의 개념이 생기고 영원한 만물의 생성 에너지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소나무
소나무는 사계절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상록수이기 때문에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어요.
바르고 꿋꿋함의 표상이며 엄동설한에도 잘 견디는 대나무와 매화와 함께 세한삼우라 합니다.
산
산은 생명의 근원이며 절개와 확고부동함을 말해줍니다. 산은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이며
천상으로 이어지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고 믿어 신성하고 장수를 상징합니다.
구름
구름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비의 근원으로 장수와 길상을 나타냅니다.
중국에서는 구름 운(雲)자와 운수 운(運)자가 같은 음과 소리를 내어 구름이 길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어요.
물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나무를 만들고 불을 이기는 오행 중의 첫째입니다.
물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비가 되고, 빗물은 강이 되고, 강물은 바다를 이루고 바다는
증발하여 다시 구름이 되죠. 이 끊임없는 순환은 영원히 이어져 물은 장수의 상징입니다.
사슴
사슴이 100년을 살면 청록, 500년을 살면 백록, 1000년을 살면 흑록이 된다고 해요.
흑록의 검은 뼈를 얻으면 불로장생한다고 믿었습니다.
돌
돌 역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기 때문에 장수의 의미를 지녀요.
돌이 생명력을 지녔다고 해서 수석이라고 합니다. 오랜 풍상에 시달리면서도 자연의 섭리를 따라
변함없이 머문다하여 장생물이 되었어요.
학
학은 흑,황,백,청의 네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 흑학은 가장 오래 산다고 해요.
흑학이 600살이 넘으면 물만 마신다고 합니다. 학은 모든 날짐승들의 우두머리로서
장생물로 여깁니다.
거북
거북은 장생과 길상의 상징이에요. 거북이나 학처럼 오래 살라는 뜻으로
귀령학수(龜齡鶴壽)라는 글귀를 교환했습니다.
불로초
불로초는 한 번 먹으면 불로장생 한다는 신비의 풀입니다.
도교의 신선술에서 유래한 약초로 영지라고도 하죠.
진시황이 이 약초를 얻으려고 방사 서불에게 어린 남녀 아이 500명을
딸려 삼신산으로 보냈다는 전설이 유명합니다.
자경전 꽃담
자경전 꽃담은 십장생 굴뚝과 함께 자랑할 만한 조형물이에요.
담에는 화초와 문자, 기하학적 무늬로 꾸며져 있습니다.
외벽에는 대비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만수문과 무시무종의 무늬가 전면에 깔려있고
흰색 바탕에 매화, 천도, 모란, 국화, 대나무, 나비 등을 돋을새김한 부조물을 박았어요.
매화
매화는 순결한 감각을 지닌 미녀를 상징해요. 원래는 천향국염이라 하여 모란을 가리켰는데
조선시대 중엽부터 농염한 모란 대신 담백한 매화로 바뀌었습니다.
복숭아
곤륜산 서쪽에 산다는 서왕모의 영생불사약이 천도입니다.
복숭아는 신선이 먹는 신성한 과일로 대접받아왔어요.
궁궐에서는 섣달그믐의 구나 행사때 복숭아 가지로 비를 만들어 잡귀를
쫓고 새해를 맞는 풍습이 있었다고 해요.
모란
천향국색이라 하여 부귀영화, 절세미인에 비유됩니다.
여러 그루가 어우러져 핀 모습은 화목을 상징해요.
궁궐에서는 병풍으로 애용하여 궁모란이라 했습니다.
석류
제나라 연종이 결혼할 때 왕비의 어머니가 자손이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석류를 바쳤다고 해요.
석류는 껍질 안에 알맹이가 소복하고 신맛이 임산부의 구미에 맞아
아들을 생산하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꽃과 나비
아름다운 꽃 속의 꿀을 찾아다니는 나비의 모습은 남녀 결합의 비유로
화자되었습니다.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는 자유연애와 행복을 상징해요.
나비와 고양이를 한 폭의 그림에 담을 때는 장수의 의미를 가집니다.
국화
국화는 맑은 아취와 절개를 지닌 꽃으로 인식되었어요.
주돈이 <애련설>에서 '국화지은일자야'라해서 고결한 품격의 상징이 되었어요.
대나무
대나무는 푸르고 번식력이 강해 소나무와 더불어 영생, 불변을 상징합니다.
민간에서는 대를 태울 때 대나무 마디 튀는 소리에 잡귀가 놀라 도망간다고 해서
축귀초복의 정초 풍습이 있었어요. 매란국죽의 하나로 군자의 표상으로 삼았습니다.
내벽에는 문자와 네모, 육각형 무늬를 그물처럼 엮고
여러가지 꽃을 정교하게 상감하여 격조있어 보입니다.
그물처럼 육각형의 연속적인 도형을 석쇠무늬라고 합니다.
어떤 사악함도 이 그물을 피할 수 없어서 그물은 곧 질서이며 법입니다.
그물속의 꽃은 사악한 기운이 물러간 뒤의 행복을 상징하죠.
육각의 귀갑문, 만자문, 격자문은 장수와 벽사적 의미를 강조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