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라노소시
사진출처 : 도쿄국립국회도서관
갑인공방에서 출판된 <마쿠라노소시>는 절판이 되어 지식이 만드는 지식에서 나온 책을 샀는데
302단 중에서 37단만 발췌한 책이었네요.
<마쿠라노소시>를 읽으며 세이쇼나곤의 성격이 짐작이 갑니다.
재치가 있고 너무 솔직 담백하고 명쾌해서 속이 후련해지기도 하면서 웃음도 나고 지나치게 직설적이라
민망해지기도 합니다. 읽는 제 얼굴이 다 화끈해 지는군요.
<1단> 사계절의 멋
봄에는 보랏빛 구름이 가늘게 떠있는 풍경을, 여름에는 반딧불이 희미하게 빛을 내는 풍경을,
가을에는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날아가는 풍경을, 겨울에는 급하게 피운 숯을 들고 지나가는 풍경을,
고상한 멋스러움 보다는 자연스러운 풍경에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한번 생각해 보았지요. 사계절을 무엇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봄은 톡 쏘면서 향긋한 쑥이 옹기종기 모여 키재기를 하는 풍경을,
여름은 지나가는 바람이 수양버들 잎을 건드려서 스삭스삭 손바닥 비비는 소리가 나는 풍경을,
가을은 뒹구는 낙엽이 무리지어 편을 가르고, 위로 날아 올라 팔랑팔랑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풍경을,
겨울은 위에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아래 나무가지를 툭치고 떨어지면 눈발이 흩날리는 풍경을요.
<25단> 밉살스러움 - 얄미운 것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싫어하는 사람은 똑 같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이 납니다. 읽으면서 계속 웃습니다. 두개만 적어 볼게요.
- 다른 사람 몰래 오는 사람을 알아보고 눈치없이 짖는 개도 얄밉다.
- 될수 있으면 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찾아와서 일부러 자는 척 하는데 시녀가 자꾸와서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마구 흔들어 깨우는 것도 밉살스럽다.
<30단> 미남 설경법사
- 설경법사는 역시 미남이 좋다.
마음속으로 생각해도 될 것을 글로 다하는 걸 보면 참 거리낌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저 웃음이 납니다.
추남보다야 낫겠지만 불법을 들으며 그런 생각을 한 걸 보면 아마도 설경법사가 엄청 미남이었나 봅니다.
<33단> 여름날 새벽 정경
새벽, 잠자리에서 깬 모습으로 모르는 남자와 대화하는 장면은 농염합니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문을 열어 놓고 그다지 놀라지도 않는 기색으로 모르는 남자와 말을 하는 장면은
우리 조선시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풍경이라서 낯설기도 합니다. 이것이 일본 헤이안 시대의 풍류였나 봅니다.
<40단> 운치있는 벌레
- 곧 가을 바람이 불면 데리러 올테니 기다려라 하고 도망친 것도 모르고 바람소리가 들리면 "아빠, 아빠" 하고
청승맞게 우는 것이다.
도롱이 벌레, 이마 찧기 벌레를 표현 한 장면이 재미있습니다.
파리를 얄밉다고 한 건 정말 동감입니다. 얄밉기로 치면 모기가 더 얄밉지요.
모기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이 많습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귓가에서 윙윙거려서 시끄러워 불을켜고 잡을려면
어느새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고 (요즘 모기는 영악해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 정말 잘 숨거든요.
예를 들면 침대 커버 안쪽이라든가 커튼 시접이 접힌 쪽이라든가 그런걸 보면 모기도 아이큐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곳에서 발견되면 더 얄미워서 한방에 잡으려고 힘껏 내리치면 팔에 너무 힘이 들어가 빗나가서 날아가 버립니다.
그럼 정말 약오르지요. 여차해서 잡기라도 하면 선혈이 뚜렷합니다. 저것이 내 피로구나! 많이도 먹었구나!
하긴 요즘은 전기로 잡는 것이 있어서 갖다가 대면 지지직 탑니다. (제가 그렇게 잔인한 사람이 아닌데요...^^)
<53단> 대전의 점호식
점호식때 애인 이름이 들리면 가슴이 철렁한다는 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애인 이름이 들리면 손을 입에 갖다대며 좋아하는
지은이의 귀여운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