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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 흥청망청의 발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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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 흥청망청의 발원지


 

 

 

 

                                         <세조의 어진 - 1458년 조성 현재 합천 해인사 소장>

 

 

 

세종의 뒤를 이은 병약한 문종이 단명을 하자 수양대군은 1453년 10월 10일

불시에 김종서의 집을 습격하여 그와 그의 아들 둘을 죽였습니다.

이어 단종의 명이라고 속여 중신들을 모이게 한 후 궐문 안에서 입궐하는

중신들을 차례대로 죽였지요.

수양대군은 정변으로 반대파를 숙청하고 정권을 장악했습니다.

이 정변을 계유정난 <癸酉靖難> 이라고 합니다.

보통, 계유년에 일어난 란 <亂> 이라는 뜻으로 잘못알고 있지요.

'계유년의 어려움을 안정시켰다' 라는 뜻입니다.

세조 측의 입장에서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복원한 단종 어진>

 

 

 

 

그 후 2년 뒤 단종은 상왕으로 물러나고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옥새를 넘기게 됩니다.

그 곳이 바로 경회루 입니다.

잠시, 그 날로 돌아가 생각해 볼까요?

어린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이 무서웠습니다.

결국 단종은 전위교서 (다음 왕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교지)를 만들라 명합니다.

그 다음 날, 이곳 경회루 2층에서 수양대군은 무릎을 꿇고 엎드려 큰 소리로

통곡하듯 말합니다.

 

"전하, 무슨 말씀이옵니까? 전위교서를 거두어 주시옵소서.

 소신은 절대 받을 수 없사옵니다! 아직 대행대왕 (문종)의 체온이

 남아있는 이곳이옵니다. 소신이 어찌....

 전하, 제발 전위교서를 거두어 주시오소서!"

 

수양대군은 간곡히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양대군의 속마음은

옥새를 빨리 거머쥐고 싶었을 것입니다.

 

 

 

 

                                                                                       <조선시대 옥새>

 

 

 

 

단종은 그런 수양대군을 뒤로 하고 조용히 성삼문에게 옥새를 넘기라고 명하였지요.

성삼문은 옥새를 꼭 쥐고 눈물을 흘리며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수양대군에게 옥새를 넘겼습니다.

단종과 그의 신하들에게는 슬픈 날이었고 수양대군에게는 기쁜 날이었겠지요.

그 다음날 옥새를 넘겨받은 수양대군은 조선 7대 임금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연산군의 묘>

 

 

 

 

세월이 지나 조선의 10대 왕 연산군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12년에 걸친 길지 않은 치세 동안 두 번 (무오사화, 갑자사화)의

사화(士禍)를 일으키고, 극도의 폭정을 자행하다가

결국 조선 최초의 반정(反正)으로 폐위되었지요.

 일반적인 국왕에게 부여되는 ‘조’나 ‘종’이 아닌 ‘군’이라는 묘호(廟號)가 붙여졌고

그의 시대를 다룬 기록은 ‘실록’이 아니라 ‘일기’로 불렸으며,

종묘에서 배제되고 격식을 갖춘 ‘능’이 아닌 초라한 ‘묘’에 안치되었습니다.

 

하루는 연산군이 경회루 2층 누각에 올라보니 궁궐 저 너머에 일부

민가와 관청이 보였습니다. 그는 바로 어명을 내렸습니다.

 

"지금 궐 밖의 지대가 높은 지역을 조사해 그 곳에서 궁궐 안이 보이는

 건물이 있다면 모두 쫓아내어라! 그리고 그 지역에 금표(출입 금지를 알리는 푯말)를

 치고 어느 누구도 들이지 말라."

 

 

 

 

 

 

 

 

이런 연산군에게 경회루는 놀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그는 연꽃이 만발한 연못 서쪽에 만세산이라는 인공 섬을 만들어

상상속의 세계인 궁들을 지었고, 기생 조직인 흥청과 운평, 광희를 두어

전국에서 뽑아 올린 기생(흥청)들과 가무에 빠져 패덕한 생활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재물을 마구 써버린다는 '흥청망청' 은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 실록에 실린 연산군이 꾸민 경회루의 모습-

 

경회루 연못가에 만세산을 만들고, 산 위에 월궁(달 속에 있다는 상상의 궁전)을

짓고 화려한 색깔의 천을 오려 꽃을 만들었는데, 흰색 꽃들이 산중에 활짝 피었다.

거기에 큰 여의주를 만들어 연못 위에 띄워놓고 채색 비단으로 연꽃을 만들었으며

화려한 관상용 나무들도 연못 가운데 심었다. 누각 아래에는 붉은 비단 장막을 치고서

흥청인 3천 명의 기생을 모아 노니, 풍악소리와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았는데

밤에는 금, 은, 비취 등으로 만든 등을 경회루 주변에 달았고 그 비용이 1만냥에 달했다.

 

한 나라의 임금이 국정은 돌보지 않고 나라의 재물을 자신의 쾌락에 쓰고 폭정으로

광기를 일삼으니, 백성들은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았을까요?

경회루는 이런 슬픈 사연과 부끄러운 사연을 담고 지금도 의연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남아있습니다.

 

 

출처 :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기행2 p65, p68 /송용진/지식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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